
수련을 빠지는 장남 진무결은 가주 전승 시험을 한 시진 앞두고 담을 넘었다. 도망치는 사람치고는 옷차림이 지나치게 말끔했다. 새로 지은 청색 무복에는 주름 하나 없었고, 허리띠에는 진가 장남의 옥패까지 달려 있었다. 다만 연무장으로 향해야 할 발이 담장 밖 장터를 향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담 아래에서 기다리던 장대복이 두 팔로 그를 받아 냈다. “도련님
두 손님의 같은 값 정도맹 사절은 정문으로 들어왔고, 흑사상단 상인은 옆문을 요구했다. 진태평은 둘 다 정문으로 들였다. “진가에 손님을 가려 받는 문은 없소.” 그 한마디 때문에 두 손님은 외당 앞에서 마주쳤다. 푸른 장포를 입은 정도맹 사절 유정산은 미간을 좁혔고, 검은 비단옷의 흑사상단 부단주 마곤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명문정파의 대협과 한
가주 비급의 빈칸 다음 날 새벽, 진무결은 이불 속에서 진가십이권 첫 수를 배웠다. 정확히는 배우는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의 아버지는 자상했고, 권법은 누워서도 익힐 수 있었으며, 소령은 오라버니의 깊은 깨달음에 감탄했다. 현실의 소령이 방문을 걷어차기 전까지는 완벽했다. “일어나.” 무결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겼다. “방금 1성에 올랐다.” “잠꼬대로?
배신자의 문 진무성의 시신은 동이 트기 전에 영안실로 옮겨졌다. 비급고 앞 돌계단에는 물을 뿌리지 못하게 새끼줄을 둘렀다. 진무결은 등잔을 들고 밤새 그 안을 맴돌았다. 피가 마르는 모양, 돌가루가 흐트러진 자리, 난간의 붉은 칠이 벗겨진 높이를 하나씩 살폈다. 장대복은 계단 아래 쪼그려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방에 가서 자.” “도련님 혼자 두면 제가
첫 칼은 안에서 나왔다 저녁 모임을 장로들은 연회라 불렀지만, 실제로는 진가 사람을 한곳에 모아 얼굴과 소속을 다시 확인하는 비상 점호였다. 애도보다 점호가 먼저인 자리였다. 진무성의 빈자리를 앞에 두고 총관은 가솔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객원 손님을 모두 내보낸 뒤 내원 사람과 외원 사람을 가려 내고, 밤 경계조가 들어가기 전에 모두에게 한 끼를 먹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