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여덟에 가문을 잃고 여든 해를 복수에 바친 끝에 심검을 깨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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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해의 패배 불은 깃발을 가리지 않았다. 하동 진가의 정문을 부순 자들은 검은 띠를 둘렀다. 서쪽 담장을 넘은 자들은 흰 무복을 입었고, 후원에서는 붉은 복면들이 불화살을 쏘았다. 서로 원수라는 자들이었다. 그날 밤에는 한집을 태우는 일만큼은 뜻이 잘 맞았다. 열여덟 살의 진무결은 연무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왼쪽 어깨가 벌어져 피가 손끝으로 흘렀다.
열여덟의 무릎 진무결은 진소령을 뚫어지게 보았다. 연분홍 댕기,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 왼쪽 귓불 아래의 작은 점까지 그대로였다. 소령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봐?” 진무결은 침상에서 내려와 그녀의 볼을 만졌다. 따뜻했다. 손목을 잡아 맥도 짚었다. 빠르고 고른 맥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맥이었다. 진무결은 손가락에 닿는 맥박을 놓지 못했다.
많이 먹는 놈과 덜 먹는 놈 흑운은 살아 있었다. 숨은 거칠었고 다리는 아직 떨렸지만, 검은 눈동자는 사람을 알아봤다. 복 노인이 물그릇을 내밀자 혀를 길게 빼 물을 핥았고, 귀 뒤의 상처를 건드리면 짜증스럽게 콧김도 뿜었다. 죽어 가는 말은 짜증을 내지 않는다. 진무결은 말의 목덜미를 쓸었다. 전생에는 이 시간에 이미 차갑게 굳어 있던 말이었다. 지금은
늙은 숨, 젊은 피 새벽닭이 울기 전이었다. 진무결은 눈을 떴다. 방 안은 어두웠고, 오른팔은 천으로 감겨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이자 감각은 돌아왔지만 팔꿈치 안쪽이 뜨겁게 당겼다. 한상백은 밤새 팔을 쓰지 말라고 했다. 아침에 맥을 본 뒤에도 말을 듣지 않으면, 그때는 팔을 몸통에 묶어 버리겠다고도 했다. 진무결은 그 말을 잘 지켰다. 밤은 이미 지났으니